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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5. 22:39 일본어와 중국어

세 나라가 모두 한자를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한자의 의미를 사용하는 범위의 측면에서 보면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어 그걸 첫 글의 주제로 하려 한다.

우선 한국어는 거의 모든 한자 단어를 명사적 의미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행복(幸福)"이라는 단어를 기본적으로는 명사적인 느낌으로 사용하면서, "하다" 라는 어미를 붙이면 "행복하다"라는 형용사가 된다. 또는 "행복한", "행복하게" 등의 다른 조사로 다른 역할로 만들 수 도 있다. 또는 동사의 경우도 "추억(追憶)"은 하나의 명사적 의미로, "추억하다"는 동사가 된다. 어찌보면 엄청 심플하게 명사적 의미의 한자 단어 + 한국어를 붙여서 자연스럽게 어휘를 만들어 낸다. 명사가 아닌 식으로 쓰이는 경우는 "과연(果然)" 와 같은 부사 같은 단어들이 있는 듯하다.

이렇게 한글과 1:1로 매칭되는 단어의 특징 및 두개 이상의 한자를 단어로 결합해 쓰는 특성 상 일반적으로 뜻이 명확하게 제한된다고 본다. 약간의 베리에이션이 있는 경우도 사실 거의 의미상으로 아주 이상하지 않은 정도의 이질감만 있다고 본다. 그래서 "다행 행, 복 복" 와 같이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명확하게 인지해 외우는 것이 명확한 것을 지향하는 한국어에서의 한자 단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일본어 같은 경우도 한 쪽 측면에서는 한국어와 비슷하다. 무리(無理, むり) 라는 단어를 가지고, 無理です(무리데스, 무리입니다) 라고 표현 할 수도 있고, 無理な(무리나, 무리한) 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無理な要求(무리한 요구) 같이 말이다. 여러 단어의 뜻이나 문장 성분들이 한국어랑 아주 많이 유사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큰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읽다 보면 발음 또한 받침이 거의 없는것을 빼면 은근 1:1 에 가깝게 비슷해서 어느 정도 한자 읽기가 익숙해짐 한글 한자로부터 일본 음을 유추하거나 반대로 유추하는 작업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하지만 일본 한자의 다른 특징인 "음(音読み, おんよみ, 온요미) 및 뜻(訓読み, くんよみ, 쿤요미)" 으로 표현되는 부분과 만나면 차이가 시작되게 된다. 꽃을 나타내는 花(화)는 우리나라의 순수 우리말 같은 뜻을 얘기하는 히라가나 표현으로는 "はな-하나" 라고 읽히며, 花(はな, 하나, 꽃), 花火(はなび, 하나비, 불꽃놀이), 花屋(はなや, 하나야, 꽃집) 같은 단어들로 파생된다. 반대로 한자 음을 이야기하는 "か, 카" 라는 발음이 되면 花瓶(かびん, 카빈, 화병), 開花(かいか, 카이카, 꽃이 피다) 같이 표현이 된다. 또한 더 나아가면 앞의 花火(하나비, 불꽃놀이) 같은 경우는 앞(하나)은 뜻, 뒤(비)는 음이라, 음과 뜻의 발음이 하나의 한자 단어에 뒤 섞인 경우도 많다. 여기서 부터 왠지 일본어의 한자 사용에 대한 차이가 시작되지 않나 싶다.

차이가 더 확대되는 부분은 한 글자의 한자가 중심 의미를 담당하고 순수 일본어인 히라가나와 합쳐져서 한자의 뜻을 차용한 한자어와 고유어를 섞어 놓은듯한 단어를 만드는 부분이다. 위에 얘기한 우리나라의 "한자+한글" 조합과는 조금 다른 것은 보통 한 글자의 한자가 기본적인 한자의 뜻을 나타내고 히라가나 어미가 붙어서 뉘앙스를 변화 시키기 때문에 두 개의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보다 뜻의 확장이 좀더 자유로워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明(밝을 명)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보면 명확(明確), 명백(明白), 조명(照明), 명랑(明朗) 등 무언가를 밝히거나 분위기가 밝다는 의미를 단어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만, 일본어의 경우는 明かす(あかす, 아카스) 는 비밀등을 밝히다, 밤을 밝혀 새우면서 무슨일을 하는 것을 얘기하고, 明るい (あかるい) 는 성격이나 공간이 밝다는 것을 얘기한다. 둘다 밝다는 명(明) 한자의 의미의 확장이지만 좀더 자유분망한 느낌이 있다.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는 거의 단어로 안 쓰이는 込(혼잡할 입) 같은 경우는 込む(こむ, 코무)에서는 혼잡한 상태, 또는 무언가 (복잡하고) 깊은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얘기하지만, 込める(こめる)는 무언가를 담거나 넣는 것을 얘기한다. 이렇게 되면 뭔가 한자가 하나의 의미로 명확한 의미가 아닌 느낌이 생기면서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의 어려움이 시작되는 것 같다. 만약 위의 한자를 우리나라에서 인지하는 단일 한 뜻인 "혼잡할 입"으로만의 의미로 생각한다면 込める 같은 단어를 볼 경우 한자를 알더라도 쉽게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게 될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어는 우리나라와 일본 같이 기댈 수 있는 다른 순수한 말이 없다. 한자 자체로 모든 조사나 접속사, 형용사, 동사, 명사 등의 역할을 다양하게 표현해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 읽을 수 있는 한자가 적은 상태에서는 문장 구조 자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자로 이루어진 빽빽한 문장들을 보게 되면 어디서 읽기를 시작하고 끊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든다.

다른 측면에서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한자로만 구성되고, 특히 일본의 경우 한자 발음으로만 읽히는 단어들을 보면 무언가 순수한 우리말 단어보다 더 추상적인거나 무거운 느낌으로 인식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이 그렇게 무거운 느낌으로 한자 단어들을 사용을 한다면 아마 일상 대화들이 엄청 딱딱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러한 데서 단어의 무게에 대한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쾌(愉快, 즐거울 유, 쾌할 쾌)하다는 단어는 우리 말에서는 약간 (현학적으로) 통쾌 하면서 재밌다는 느낌에 가깝게 쓰긴 하지만(ex: 유쾌한 친구네. 유쾌한 대화였어), 애들이 "오늘 친구네 집에 가서 유쾌하게 놀았어" 하면 너무 표현이 점잖아져서 많이 어색한 느낌이 있다. 이 때는 "오늘 친구네 집에 가서 즐겁게 놀았어"가 뭔가 좀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로는 즐겁다는 우리말이 없기 때문에 周末愉快(zhōumò yúkuài, 쪼우모 위콰이) 라고 하면 느낌에 따라 "주말 즐겁게 보내"라는 아주 가벼운 말이 된다.

또는 원래 뜻으로는 거의 안 쓰면서 가벼운 뜻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법적 용어인 고소(告訴, 고할 고, 호소할 소)라는 단어는 중국어에서는 간체로 모양만 조금 다른 告诉(gàosu-까오수, 고할 고, 아뢸 소) 라는 같은 단어로 알려주다/말해주다의 가벼운 의미로 사용되거나, 조금 무겁게 되면 무언가를 시키거나 전달해 주는 의미로도 쓰인다. 告诉我(Gàosu wǒ, 까오수 워, 나에게 알려줘) 같은 표현 같이 말이다.

마치 영어 단어에서 많이 보이는 것 처럼 한자의 의미를 여러가지 뉘앙스로 확장하는 단어들도 많아서, 교대(交代, 사귈 교, 대신할 대)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교대로 OO을 하다", "그와 근무를 교대하다" 식으로 무언가가 번갈아 가거나 순서를 넘기는 의미로 쓰지만, 중국에서는 책임을 인계해 명확히 넘긴다는 의미가 좀 더 강조되거나, 누군가에게 보고 및 설명하거나, 어떤 일을 맡기거나 부탁한다는 의미가 있다. 给我一个交代!(gěi wǒ yī gè jiāodài, 게이 워 이거 찌아오따이, 나에게 설명을 해봐!) 같이 말이다. 이런 문장을 기존 한자의 뜻에 익숙한 한국인 입장에서 처음 보면 익숙한 단어 인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고, 특히 말할 때는 더욱 선뜻 이런 표현은 나오기 힘들게 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영어에서 콩글리쉬를 사용하는 것이 같이 한자를 잘 알고 있어도 말도 안되는 문장을 만들거나, 중국 사람은 잘 안 쓰거나 다른 의미로 쓰는 한자 단어를 섞어 쓰면서도 이상함을 모르는 상황이 되긴 한다. 뭐 이건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지만 상황과 동떨어진 뉘앙스의 어휘를 사용해 표현을 하게 되는 문제 인것 같긴하다. 이런 면에서 AI는 참 상황에 따른 적절한 어휘를 확률적으로 잘 선택하도록 훈련되어 있어 부럽긴 하다.

특히 한 글자로 된 把(bǎ, 빠, 잡을 파), 了 (le, 러, 어조사 료), 光(guāng, 꽝, 빛 광) 같은 여러 단어들에 대해서는 영어의 get, take, make 같이 다른 한자와 결합되거나 문장에서의 위치에 따라 현란하게 의미가 변하는 단어들이 많은 듯 한다. 또한 단어에 따라서 관례적으로(그쪽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느끼겠지만) 명사나 동사로만 쓰이는 단어도 있고, 양쪽 용도로 모두 쓰일 수 있는 단어가 있어서, 하나의 한자 단어를 조사에 따라 자유롭게 명사, 동사 등으로 전환해 쓰는 한국 사람 입장에선 많이 헷갈린다. 이 부분은 종종 사전이나 예제에서 보는 것과 실제 강사분이 느끼는 부분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뭔가 사전을 찾아가며 교정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이 부분도 경험적으로 하나하나 상황을 겪으며 깨달는 수밖에 없는 부분 같이 보인다.

예로서 参加(cānjiā, 찬지아, 섞일 참, 더할 가, 참가하다)와 같은 단어는 한국어로는 명사와 동사 모두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에서는 동사 형태로만 보통 쓴다고 한다. 我参加比赛(Wǒ cānjiā bǐsài, 워 찬지아 비싸이, 나는 시합에 참가하다)같이 말이다. 또한 굳이 참가라는 명사적 표현이 필요하면 동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표현 한다고 한다. 이런 것도 참 기존 한국어의 한자를 쓰던 방법에 익숙한 입장으로는 캐치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다.

결국 이런 부분은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 겠지만 실제 해당 나라 사람들과의 대화나 경험, 드라마나 책, 게임 같은데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습득할 수 밖에 없는 부분 같아서, 더 갈 길이 멀어 보이기는 한다. 특정한 경우에는 서로 다른 언어 사이에 감정이나 관념적으로 완벽히 대치되는 표현이 없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한자어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서의 여러 일들과 감정등을 완전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애매한 영역들이 아주 많아 보인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나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자 단어를 많이 아는 게 시작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위의 뉘앙스 적인 차이 문제 때문에 자연스러운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부분에서는 나중에는 반대로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도 있는 듯 하다.

 

- Fin -

posted by 자유로운설탕